시월의 편지 /산인
낙엽이 지는 산사의 뜨락에서 편지를 씁니다.
혼자서, 혼자서 하얀 편지를 씁니다.
긴 하루가 마냥 한해같이 길고 긴데
밤 풀벌레도 밤 세워 편지를 씁니다.
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보냅니다.
스치는 바람결에 편지 한 장 보냅니다.
밤 벌레는 저리도 울고 낙엽은 지는데
그리운 임은 어느 곳 어디에서
낮 달처럼 여린 맘으로 저 하늘 바라볼까?
정도 한도 많은 세상 모두가 아픔인데
속절없이 시월은 소리없이
낙엽 지듯 쓰러져 갑니다.